그저 난 옛부터 히어로물이 좋았을 뿐이고, 1개월즈음 전에 광화문에서 우연찮게 마주친 왓치맨 포스터에 나온 코스프레 히어로들에 느낌이 팍 꽂혔을 뿐이다. 마침 배트맨을 함께 좋아라-하며 봤던 친구들을 가졌기에 함께 보러 가자고 했던 것이다.
...솔직히, 18금일 줄은 몰랐다. 응.
설마하니 히어로물인데, 15금 정도겠지- 라는 건 내 착각이었고, 영화는 초반부터 시리어스 했고, 또한 폭력적이며 때로 선정적이었다. 설마 ㅂㄱㅂㄱ하는 게 편집도 안 되고 나올 줄이야... 뭐, 그 장면도 나름 코믹한 구석이 있어 싫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참으로 재미있었다. 아니 뭐, 취향은 타겠지만서도...
뭐, 영화 자체에 대한 이야기야 글 잘 쓰는 논객들에게나 맡기고 난 썰이나 풀어보련다.
우선은 배경에 대한 이야기다. 부족한 인지능력으로 보건데, 참으로 미국애들 좋아하는 설정은 다 갖다 붙여놓은 듯한 기분이 드는 건 비단 나 뿐이 아니었을 거라 생각한다. 제 3차 대전의 위기. 구 소련과의 냉전체제, 아동 포르노와 마약으로 미쳐가는 도시, 언제나 상대적인 그들만의 정의, 조크 같기만 한 세상... 그리고 다소 씁쓸하지만, 퇴물취급 당하는 히어로들. 아아, 생각해보니 난 저렇게 뭔가 540도 즈음 틀어진 시선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을 꽤나 좋아하는 것 같다;
그리고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인물이라면 단연 로어셰크를 뽑아줄 것이다.
은근히... 랄까 대놓고 밀어주는 기분이 들어, '아, 난 역시 휘두르면 휘둘리는 인간이라니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건 마음에 안 들지만, 어찌되었건. 처음 포스터에 나온 그를 보았을 때, 난 무의식적으로 우라사와 씨가 그리는 모 만화에 나오는 '친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솔직히 말해서, 그는 왓치맨 중 가장 히어로 답지 않은 인물일 것이다.
오지맨디아스처럼 민첩한 움직임을 가진 것도 아니고, '댄'처럼 재력이 있는 것도, 특수 장비가 있는 것도 아니고 - 마스크는 빼자 - 닥터 맨해튼처럼 전지전능한 것도 아니며, 로리처럼 섹시(...)하지도 않고, 코미디언처럼 무기 사용에 정통하지도 못하다.
있는 거라곤, 음침함과 움직이는 마스크로 인해 한층 돋보이는 괴기스러움과 오지맨 만큼은 아니지만 지적이며 시니컬한 사고방식 정도? 아, 뒤틀리긴 했지만 약간의 정의감도 빼먹으면 섭해할 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과하고 그의 시니컬하며 쿨쉭한 논조는, 나로 하여금 때론 웃고 때론 비통하게 하였으며, 중간중간 그리고 마지막에서 보여준 개그스러운 액션은 나를 반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발그레]
- 아아... 하여간 이노무 캐릭터 반함 Lv.03 약점 특성은 어쩔 수가 없다니깐; D&D였으면 약점 수용했으니 스테이터즈라도 올리지, 현실은 시궁창... -
아오... 여담이지만, 요즘엔 왜 저렇게 어딘가 한 쪽 모퉁이가 부숴져서 때깍때깍 소리를 내는 것 같은 캐릭터가 좋은지 모르겠다. 뭔가, 마음 한 구석이 부숴진 캐릭터를 보고 있노라면 애정이 마구마구 솟구치는 것 같다 -_-;;
아니 뭐... 예전부터 매드 사이언티스트나 그런 건 좋아했던 것 같은데, 그거랑은 또 다른 류인 것 같고... 취향이 점점 괴기해져간달까, 변태스러워진달까...;
평이 갈리긴 하지만... 난 보면서 즐거웠다는 걸 말하고 싶었달까.
뭐랄까... 씁쓰레하긴 한데, 싫어할 수 없는 한 잔 커피를 마시는 기분이었달까.
뱀다리 하나 - 같이 본 한 친구는 영화를 다 보고서 '제로레퀴엠 실사판이잖아' 라고 했다.
거 참, 난 때때로 이 친구의 이런 사고 패턴이 부럽다. 단지 덕스러움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런 걸 단번에 떠올릴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유연하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뱀다리 둘 - 기분 탓인 지도 모르겠는데... 화성에서 건축물 부수고 나서 크랭크 아웃할 때, 크레이터라던지 그런 거 배치가 꼭 코미디언의 심볼마크 같이 보였다던가, 로어셰크의 최후가 그의 마스크에 번지는 무늬 모양이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내 착각이었을까 -┏
뱀다리 셋 - 아아... 자꾸만 미쿡서 들어온 그래픽노벨들이 땡기는데 이거... 가격도 무지 센데... -.ㅠ
Posted by J.D.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