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 우여곡절 끝에 겨우겨우 미나미구치에 도착해서 무려 400엔이란 거금을 주고서 자동 발권기에서 탑승권을 사서는 정거장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조사에 따르면 이곳 리무진 버스는 매 시 10분, 30분, 50분 이렇게 3대가 온다.
...근데 왜 안 와... -┏;15분이 돼도 버스가 안 온다. '뭐지?' 싶어서 정거장에 붙어있는 시간표를 확인한다.
어잌후 입질이 오는 구나~아... 내 눈이 잘못 됐나?
11시만 00분 30분 50분이라고 되어있는 것 같은데 말이지, 하하하...
아하... oTL
...나, 뭐 대단한 영화를 누려보겠다고 이 무거운 것들을 들고 계단을 오른거냐, 대체 =ㅂ= 아, 아냐. 이런 데서 좌절할 순 없어. 그래, 아직 HP는 충분해! ...반쯤 줄어든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어이]
4 :: 또다시 우여곡절 끝에 니가타 공항에 도착했다.
트렁크에서 짐을 빼내고, 공항에 들어서니 어딘지 우리나라 김포공항을 연상케하는 실루엣이 언뜻 비친다. 윗층에는 간단한 요기를 할 수 있는 음식점과 면세점 등이 있고, 아랫층에는 각 항공사들의 카운터가 늘어서 있다.
밥을 먹든 구경을 하러 다니든, 우선 표를 끊고 시간 되면 짐이라도 맡길 요량으로 자동 발권기 앞에 서서, 발권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예약 번호를 입력하고, 발권을 누르...려는 찰나에
직원 : 소, 손님!...뭐야, 왜 또!
직원 : 2시 50분발 비행기이신지?
나 : 아, 그런데요.
직원 : 아, 실은 11시 55분 비행기가 악천후 때문에 20분 후에 뜨는데, 괜찮으시면 그걸로 티켓을 바꿔드릴까요?
나 : 예? 아니, 뭐 딱히 그럴 이유가 없는데...
직원 : 아아, 지금 날씨가 갈수록 안 좋아져서요. 2시 정도에 비행기가 늦게 뜰지 연착이 될지 혹은 아예 뜨지 못할 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거든요.
나 : ...-_-;;;;;;...좀 여유를 갖고 싶어서 일부러 일찌감치 일어나서 일찌감치 움직인 건데...
바로 그냥 가버리라고?; 왜! 하늘은 내가 느긋하게 움직이는 꼴따윈 보고 싶지 않은 건가! 어딘가에 S소양을 가지신 높으신 분이 계셔서 내가 괴로워하는 걸 보고 싶어 안달이 나기라도 한 거야!?
...라지만, 비행기가 안 뜨면 티켓이야 교환을 해주던가 하겠지만, 식비다 숙박비다 해서 괜히 돈만 나가게 되니 그냥 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냉큼 바꾸기로 했지만...
뭐, 그러고 있자니 또...
직원 : 저어, 손님.왜 또오─!
직원 : 오늘 국제선이라도 타실 예정이 있으신지?
나 : 아뇨, 없는데요.
직원 : 아, 그런데, 짐이 너무 무거워서요. 20Kg이 한계인데 30Kg이나 되네요. 이대로가면 Kg당 400엔씩해서 4,000엔의 별도 요금이 추가되는데 괜찮으시겠는지? ...아놔, 늘어난 짐이라고는 샴푸 340g짜리 하나와 740ml자리 일본주 2병, 그리고 건담 피규어(...) 정도인데, 한국서도 그냥저냥 왔는데 왜 걸리는거냐, 이건 -┏
할 수 없이 그 자리에서 종이백을 빌려서 술과 한국서 가져온 책 정도만 빼다가 다시 계량을 했다.
직원 : 그래도 24Kg이네요 -_-;
나 : -_-; 아놔... 더는 뺄 짐도, 넣을 곳도 없는데......해서 그 자리에서 쇼부를 치기 시작해서 2분에 걸친 설득 끝에 1Kg 분량 정도를 깎아냈다; 해서 3Kg 초과 분량인 1,200엔만 내게 되었다. 아흑, 아까운 내 돈 1,200엔... oTL
그러고 있자니 이륙시간이 가까워졌는지, 직원이 서둘러 날 안내했다.
멀리에 JAL사의 프로펠러 비행기(...)가 보이고, 게이트 바로 앞에 버스가 서 있다. 이건 뭔 쌩쇼인가- 하면서 버스를 탄 채로 비행기 앞에 가서야 내렸는데...
...바람이 폭풍처럼 몰아치는 바람에 그런 쌩쇼를 한 듯했다 -┏
승강계단 앞에서는 직원들이 승객들에게 날아드는 비바람을 막아주려는 듯 우산을 펼치고 온 몸으로 막고 있는데, 몸이 휘청휘청. 아놔... 아까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런 계륵한... oTL
5 :: 대략 1시간 30분 정도의 비행을 마치고, 오사카 땅에 발을 내딛었다.
오사카엔 그닥 비가 오지 않았지만, 승강계단 앞에 준비되어있던 버스를 타고,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 짐이 나오길 기다렸다가 잽싸게 빼내서는, 내장(...)을 다시 채워넣었다. 이걸로 다시 30Kg 케이스가 되었다. [우엉]
오사카에 온 걸 환영한다 -┏인터넷에서 경로를 조사해두긴 했지만, 불안해져서 안내데스크에서 물어보니, 오히려 버스로 한큐(阪急)선을 타러가는 것보다 모노레일에서 한큐선으로 환승하는 걸 권하더라.
...라지만, 버스가 200엔이고 모노레일이 400엔.
그리고 모노레일로 조금 더 먼 곳까지 가서 갈아탄 들, 오사카에서 교토로 가는 건데 더 싸질 이유는 없다는 생각에 그냥 내가 조사한대로 버스를 타기로 마음 먹고, 비싸디 비싼 공항 식당에서 무려 900엔짜리 함박오므라이스를 시켜먹었는데, 특선 데미그라스 소스라고 써붙여놓은 것치곤 그닥...
여튼, 대충 점심을 위장에 쏟아붓고 버스를 탔는데...
안내방송 : 이 버스는, JR 이타미 역까지의 직행버스로... (주저리주저리)
음, 이타미 역까지. JR 이타미 역까지... JR...
JR!? 가만, 난 한큐를 타야 하는데?; 아, 아아! 55분 차는 JR직행이었지! 한큐 안 들리자너! 아아, 아아악!!!
...하고 들리지 않는 비명을 지른들 버스는 이미 출발한 뒤. -┏
뭐어... JR이타미 역에서 한큐 이타미 역까지 그닥 멀지 않은 게 다행이긴 했지만, 짐을 든 탓인지 쉽게 피곤해지더라.
6 :: 전철을 탄 후로부터는 그닥 어려울 게 없었다.
한큐센의 열차는 나름 폭이 넓어서 짐을 구겨넣어도 그닥 남한테 폐가 되지도 않았고, 환승도 굉장히 간편하게, ─내가 온 루트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계단을 통하지 않아도 할 수 있게 되어있었으며, 교복이라던지 눈요기감도... [어이]
아, 마지막에 쿄토혼센(京都本線)을 탈 적에 안내패널이 너무 조그맣기도 했고 생소하기도 해서 쾌속과 준쾌속, 보통의 정차역을 구분하는 게 어렵긴 했지만, 어찌어찌 알아볼 수는 있었기에 나름 편하게 목적지로 삼은 사이인(西院)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감상은.. 음...
일본에 온 지 석달이 지났는데 이제서야 비로소 일본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달까;;;
나 : 아, 나 도착했는데
쟈피 : 음, 나 이제 수업 끝났는데... 지금 걸어가도 20분은 걸릴테니 어디 들어가서 있어
나 : ㅇㅋ...해서 눈 앞에 맥도널드가, 문명의 산물이 떡하니 있길래 그냥저냥 들어가 있었다.
...세트메뉴에 들어가는 프렌치 포테이토가 70엔인 줄 모르고 콜라(100엔)와 함께 주문했다가 따로 시켰을 경우 210엔이라는 걸 알고 식겁했다는 건 비밀 -┏
얼마 후, 쟈피가 데리러 왔는데, 거의 반년만에 보는 건데 '여어' 하고 인사 하는 것 하며, 어째 그닥 오래 못 본 것 같지 않은 친숙한 기분이 들어 알게 모르게 맘이 놓였다. 물론 반가운 건 말할 것도 없고.
짐을 방에 들여다놓고는 잠시 쟈스코에 들르긴 했는데, 가격이 좀 센 게 많아서, 우선 보류하기로 했다.
7 :: 수요일은 외국인 친구들과 저녁을 먹는 날이라기에, 염치불구하고 초대면에 성큼성큼 남의 집에 발을 들였다. 쟈피의 포스팅에도 있었던 바이올린 잘 켠다는 스페인 친구로, 이름은 프란이란다. 풀네임이... 프란시스코 호세... 뭐더라 -_-;; 뭔가 길었는데;; 또 한 명은 카린이라는 마카오 (여자)친구. 둘 다 범상치 않은 일본어 실력이었달까. ...라기보다 두 사람 다 기본 4개 국어 이상인지라 주눅이 팍팍...은 좀 오버고 그저 부럽더라. 아, 그러고보니 조금 다갈색 피부를 한 프란과 일본어로 회화를 하려니 어딘지 신기한 느낌이 들었달까 -_-;;
뭐랄까, 나도 여기선 외국인이겠지만 서양인...이랄까 피부색이 다른 사람과 그 나라 말도 우리 나라 말도 아닌 일본어로 대화를 나누는 경험은 신선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을 듯 하다;
아, 참고로 메뉴는 챵코 나베와 시오(소금) 나베(...)
...이, 이것도 신선하다고 말할 수 밖에 없을 듯?;
8 :: 저녁을 먹고서는 그냥저냥 헬렐레- 하게 있었달까.
이번주까지 칼럼을 쓴다는 쟈피 녀석을 방해라도 하듯 한참 역서와 원서가 어쩌니 저쩌니 하는 수다를 떨다 보니 어느 새 자정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렇게, 교토에서의 첫 날이 지나버렸다.
...아, 그러고보니 비행기 때문인지 케이스 안에서 샴푸가 새버려서 셔츠 한 벌과 버스 타올에 잔뜩 묻어서 오자마자 빨래통으로 직행했다. 덕분에 케이스 안에서 향기로운 냄새가...
...아아, 뭔가 텍스트로 정리해보니 좀 더 처절한 걸, 이거;